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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에게 엄마를 빼앗겼다

2020. 03. 09

임영웅이 엄마의 마음 속 히어로가 돼버렸다.

WRITER 이기원 : 세상 모든 물건과 금방 사랑에 빠지는 콘텐츠 제작자.

임영웅

얼마 전 부산에 있는 엄마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걸었다. 자주 전화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려 했는데 뜻밖에 엄마의 목소리는 밝았다.
- 뭐 사는 게 별 일 있겠나? 요즘은 임영웅이 보는 재미에 푹 빠져서 살 맛 난다 야.

엄마는 오랜만에 연락 온 아들의 안부보다 임영웅에 대한 애정을 늘어놓기 바빴다. 엄마 목소리가 이렇게 즐거운 게 얼마 만인가. 하지만 묘하게 심사가 뒤틀린 나는 엄마에게 따지듯 물었다.
- 임영웅이 그렇게 좋나? 나는 찬또배기가 좋던데.
- 이찬원이도 좋은데, 일단 임영웅이는 참 품위 있게 생겼잖아. 영웅이가 노래 한 곡 쫙 뽑으믄 내 인생이 보상 받는 기분이 든다니까?

거 참, 품위는 뭐고, 보상은 또 뭔가. 이렇게까지 거창할 일인가.
- 요새 트로트는 좋은 노래가 별로 없어도, 엄마 클 때만 해도 멋있는 트로트가 얼마나 많았는지 아나? 그런데 임영웅이가 노래하니까 그 멋있는 트로트가 딱 살아난다 아이가. 얼마나 고급스럽게 노래한다고. 참, 니 피디 친구들한테 부탁해서 임영웅이 사인 하나 못 받나?

미스터트롯

<미스터트롯>의 인기는 노년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태지와 김수희가 동시에 1위 후보에 올랐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3-40대, 트로트라는 장르를 잘 모르는 1-20대들도 이 경연에 관심을 가진다. 비교적 쉽고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 젠체하지 않는 보편적인 감성이 전 세대에게 재미를 준다.

사실 1년 여 전까지만 해도 트로트 시장은 시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지역 축제들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현장에서 흥을 돋울 수 있는 쉽고 후킹한 멜로디와 가사가 우선이었고, 그러다 보니 정작 방송이나 음원으로 듣기에는 다소 유치하고 민망한 노래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정한 사람들만을 위한 음악이 되어가던 트로트 시장에서 임영웅이 그야말로 영웅처럼 나타났다.

임영웅은 뭔가 다르다

임영웅

<미스터트롯>은 지난 경연 프로그램들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참가자들은 기성곡을 커버하고, 그를 기반으로 심사단의 평가를 받는다. 이런 경연 프로그램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당연히 참가자의 스타성과 노래 실력이다. 임영웅은 훤칠한 외모를 가졌고, 노래도 잘 한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엄청나게 독보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한국에는 노래 잘 하는 사람이 한 집 건너 한 명씩 있다.

이때 노래 실력만큼 중요한 것은 선곡이다. 자신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노래를 찾는 선구안 말이다. 임영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차별화에 성공한다. 그가 불렀던 노사연의 ‘바램’이나 설운도의 ‘보랏빛 엽서’ 같은 곡들은 소위 ‘뽕끼’도 없고, 많이 알려진 곡도 아니었다. 임영웅도 트로트 특유의 꺾기를 최대한 자제하고, 담백한 창법을 구사한다.

정통 트로트 스타일을 약간 비껴가는 임영웅의 선곡과 창법은 다소 모험적이었다. 방청객들이 잘 모르는 노래를 부른다는 건 이런 경연에서 치명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영웅의 이 선곡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임영웅이 불렀던 곡들은 어느 세대가 들어도 감동할 여지가 있는 보편성을 획득했다.

임영웅

임영웅의 무대를 보고 정통 트로트가 아니라고 비난하는 댓글도 많지만, 여기서 장르의 구분은 다소 무의미하다. 정통 트로트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트로트의 주 소비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임영웅의 팬덤 역시 평소 트로트를 즐겨 듣던 층이다. 말하자면 임영웅은 트로트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 트로트의 범위를 좀 더 넓혔다고 보는 것이 옳다. 모든 트로트가 ‘쿵짝쿵짝 네 박자 속에’ 갇힐 필요는 없으니까.

임영웅

<미스터트롯>은 오는 3월 12일 마지막 방송과 함께 우승자를 공개한다. 임영웅 외에도 영탁이나 이찬원 등 실력자가 많지만 현재로서는 임영웅의 우승 확률이 가장 높아 보인다.

엄마는 임영웅에게 문자투표를 하기 위해 스마트폰도 바꾸고(지금 쓰는 스마트폰이 너무 오래돼서 문자가 안 갈 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유튜브에서 밤낮으로 임영웅의 노래를 플레이 하고 있다고 했다. 엄마가 이렇게 무언가에 빠져있는 모습은 거의 처음인 것 같다. 10대 소녀들이 그런 것처럼, 엄마도 자신이 푹 빠져들 수 있는 매력적인 존재를 기다리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아마 <미스터트롯>을 보며 각자의 가수를 응원하는 모두가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모처럼 엄마에게 큰 기쁨을 준 임영웅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아들 입장에서 어떻게 해야 엄마를 좀 더 기쁘게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엄마는 엄중하고도 단호한 문자를 보냈다.

“아들, 오늘 방송하는 거 알재? 효도하고 싶으면 임영웅이한테 문자투표 해라. 꼭.”

임영웅에게 CRASH BAGGAGE의 캐리어

CRASH BAGGAGE CRASH BAGGAGE - ICON 26 여행용 캐리어 메탈 네이비

젊은 트로트 가수들은 대부분 직접 메이크업과 의상을 준비한다. 별도의 스태프를 꾸리기 힘든 현실 때문이다. 많은 트로트 가수들이 캐리어에 의상과 화장 도구들을 넣어 다니며 직접 눈썹을 그리고, 옷을 꺼내 입는다. 임영웅도 마찬가지다.
크래쉬 배기지의 캐리어는 외관이 독특하다. 새 제품도 10년은 굴러다닌 듯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패인 듯한 상처가 가득하다. 물론 이는 의도된 흠집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찌그러진 형태로 만들어진 캐리어는 사용할수록 멋을 더한다.
임영웅은 발라드 가수로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트로트로 방향을 바꿨다. 성장 과정도 꽤 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이제는 거의 국민가수 반열에 오른 그에게 초심을 잃지 말라는 의미로 이 독특한 캐리어를 추천한다. 100% 고강도 폴리카보네이트 재질로 만들어져 내구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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