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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온의 대책, 레이어 시스템의 이해

의복을 입는 가장 기본적이고 과학적인 방법

2019. 10. 21

Writer 박세진 : 패션과 옷에 대해 쓰는 칼럼니스트, '패션 vs 패션'의 저자.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나자 날씨가 요동을 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은 매우 복잡해서 마냥 날이 더워지는 것만이 아니고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급격한 변화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런 불규칙함이 몸과 정신을 더욱 피곤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옷의 본래 목적, 기능적인 측면은 중요해지고 빛을 발한다.

ECWCS

보온의 방식으로 레이어 시스템을 아웃도어 시장에 처음 체계화해서 제시했다고 알려진 건 1980년대 파타고니아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겉옷(쉘), 보온재(미드 레이어), 언더웨어(베이스 레이어)의 3층 구성으로 겨울옷을 입는 거다. 야외에서의 보온이 중요한 군대에도 이런 레이어 시스템들이 있다. 역시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체계화되기 시작한 미군의 ECWCS(Extended Cold Weather Clothing System)같은 게 대표적이다.

레이어

용어의 느낌은 매우 테크니컬하게 보이지만 사실 옷을 입는 자연스러운 방식을 상업적으로 정리한 거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스웨터 위에 스웨터를 겹쳐 입거나, 패딩 위에 반팔 면 티셔츠를 입거나 하지는 않을 거다. 예컨대 티셔츠, 스웨터, 패딩이 있다면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해 어떻게 해야 가장 편안하고 쾌적하게 만들 수 있는지 입는 순서를 이미 알고 있다.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입던 방식이라고 해도 이름과 개념이 붙어 있으면 그에 맞춰 생각을 다듬을 수가 있게 된다. 가지고 있는 겨울용 옷들을 이 레이어 시스템 안에서 분류를 하고 적절하게 배치해 효율적으로 추위에 대처하고,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면 새로 구입하는 식이다.

아우터 https://www.realmenrealstyle.com

레이어는 생략이나 보강도 가능하다. 겉옷이 딱히 필요 없다면 보온재가 아우터웨어화된 푸퍼 재킷, 패딩을 입는다. 외부 마찰을 막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라면 쉘을 더 튼튼한 제품으로 구하면 된다. 이러면 울 코트나 마운틴 파카, 왁시드 재킷에 비용을 더 투자하는 게 옳다. 사무실 근무자라면 기능성 의류는 옷 안에 숨어 들어가고 전통적 비즈니스 웨어는 겉으로 드러나도록 할 거다.

이렇게 생활 방식과 취향에 따라 두꺼운 겉감의 다운 파카를 고를지, 쉘과 보온재를 따로 구입할지 달라지고 이런 차이가 꽤나 다른 옷 생활과 다른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

아웃도어

아웃도어의 레이어 시스템은 땀을 흡수하는 면내의와 추위가 만났을 때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기능성 소재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 중요했다. 일상생활이라면 이런 기능성보다 착용감을 더 선호할 거다. 그렇지만 기능성 의류는 산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한 겨울의 일상은 추운 거리 - 출근길 만원 지하철 - 다시 추운 거리 - 따뜻한 사무실 사이를 오가고 급격한 온도 변화를 겪는다. 몸은 그 변화를 따라가는 것만 가지고도 일과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피곤해진다.

발렌시아가

고기능 소재 의류를 왜 산이 아니라 도심에서 입느냐고 핀잔하는 이들은 지금의 변화무쌍함이 만들어 내는 비효율을 그저 간과하고 감수하고 있을 뿐이다. 고기능 테크 웨어가 가득한 현대 사회에 굳이 이런 수고를 감수할 이유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각각의 레이어의 소재와 기능을 여러 가지로 테스트 해보며 가장 쾌적한 생활을 위한 옷이 무엇인지 탐구해 볼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렇듯 패션 생활이란 트렌드를 따라거나 외형적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데만 있지 않다. 다양한 소재, 실험과 극복 역시 패션의 즐거움이다. 이도 저도 아닌 패션 생활의 목표 의식과 불분명한 취향 속에서 겹치고 필요 없는 옷들을 옷장에 들이는 일은 그만할 때도 되었다.

취향과 디테일은 저절로 만들어 지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는 학습과 연구가 필요하다. 요새는 이렇게 만들어진 높은 완성도와 디테일한 결과가 새로운 패셔너블함이 되어가고 있다. 유리한 조건이 있다면 모두들 매일 뭔가를 입는다는 거다. 즉 ‘시도’는 무조건 주어진다. 하지만 그 경험 속에서 ‘실수’에 얼만큼 신경을 쓰느냐가 옷이 만드는 즐거움의 크기, 스타일의 깊이를 다르게 만드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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