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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손범수를 아느냐

온라인 탑골공원 삼대장

2019. 10. 14

Writer 하예진 : '코스모폴리탄' 피처 에디터

SBS, KBS, 그리고 MBC. 공중파 방송사들이 유물같이 간직해온 고전 프로그램을 유튜브 콘텐츠로 공개하고 있다. 90년대의 향수를 간직한 80~90년대생들에게는 추억을 소환하고, 뉴트로 문화에 열광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경험하지 못한 시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해 인기다. #온라인탑골공원 #온라인노인정 #탑골경로당 등, 그 별칭도 다양한 뉴트로 콘텐츠들을 소개한다.

SBS : KPOP CLASSIC

SBS 인기가요

회사 안가고 온라인 탑골 공원에 가는 8090년생들

‘온라인 탑골공원’ 문화를 만들어낸 장본인. 1999~2002년에 방영된 'SBS 인기가요'를 24시간 스트리밍 하는 서비스로 HOT, SES, 젝스키스, 핑클 같은 1세대 아이돌부터 god, 유승준, 이정현, 룰라, 조성모, 김현정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옛날 가수들의 무대를 유튜브로 소환했다. 스트리밍도 다시 보기 서비스도 없던 그 시절,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앉아 생방송으로만 볼 수 있었던 추억의 퍼포먼스가 온라인에 등장한 것이다. SBS 인기가요의 때아닌 ‘라방’을 보러 모여든 주 시청자는 80년대생과 90년대생 유저다. 해당 채널이 ‘온라인 탑골공원’이라 불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이 직장인인 그들이 낮 시간임에도 채널에 접속하자, 밀레니얼 세대가 ‘일 안하고 탑골공원에 놀러 나온 어르신들’이라 묘사한 것이 어원이다. 탑골공원 드립은 그대로 채널의 고유명사이자 하나의 문화가 됐다.

SBS 인기가요

애보다 어른, 아니 어른보다 애가 더 좋아한다

어린 유저들의 관심도 뜨겁다. 사실, 어른보다 애들이 더 좋아한다. SBS 인기가요가 방영되던 1999년은 밀레니엄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세기말 감성’이 가득했던 시절이다. 사이보그를 연상케 하는 실험적인 패션과 전위적인 테크노 장르까지, 당대의 뮤지션들은 그 당시에는(물론 지금 봐도) 파격적이고 도전적인 콘셉트를 앞다투어 선보였다. 이를 보고 30대는 40대 시청자는 그 시절 가요계에 향수를 느끼지만, 요즘 애들에게는 전에 보지 못한 광경이 신기하고 새로운 볼거리로 다가오는 것이다. 발라드 가수 뒤에서 애절하게 춤을 추는 무용수, 댄스 그룹이 경쟁처럼 선보이던 헤드 스핀과 나이키 댄스,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 렌즈 앞을 장악하는 가수의 제스처와 그것을 거부하지 않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카메라 앵글 등, 전에 없던 세기말 콘셉트는 밀레니얼 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또한 당시 음악 프로그램의 MC나 VJ로 활약했던 톱스타들의 과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복고 콘텐츠의 또 다른 재미다. 전지현, 김민희, 신민아 같은 톱스타들의 풋풋한 데뷔 시절을 다시보기 할 수 있고, 지금은 활동이 뜸한 김진, 김규리, 이본 같은 추억의 스타를 조우하기도 한다. ‘온라인 탑골공원’이 인기 있는 이유는 세대를 초월한 유머가 생성된다는 점이다. 평행이론처럼 닮아 있는 추억의 스타와 요즘 스타를 연결 짓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요즘 애들’은 이정현에게 조선의 레이디가가라는 별칭을 붙였다. 백지영은 탑골청하, 장나라는 탑골아이유, 샤크라 시절의 려원은 탑골설리, god의 손호영은 강다니엘과 눈웃음이 닮아 호다니엘로 불린다.

KBS Archive : 옛날티비

Again 가요톱10

얘들아 너희 손범수가 누군지 아니?

SBS에 인기가요가 있다면 KBS에는 '가요톱10'이 있다. KBS는 현재 유튜브 채널 'Again 가요톱10'으로 과거 영상과 히트곡을 방송 중이다. 심지어 시청자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오프라인으로 ‘가요톱10’ 무대가 부활되기도 했다. 지난 9월 21일과 22일, 춘천에서 ‘가요톱10’ 공연이 개최된 것이다. 공연의 킬링 포인트는 진행자 손범수다. 1993년부터 마지막 방송까지 MC로 활약한 프로그램의 마스코트 손범수가 진행자로 나서 추억의 무대를 완벽 재현하고, 김완선, 현진영, 김원준, 박미경 등 추억의 스타가 총출동했다.

유머 1번지, 쟁반노래방

KBS는 방송국이 보관 중인 방대한 자료에 시청자의 소장 영상을 더해 아카이브를 확장 중이다. 시청자가 테이프 형태(VHS 등)로 소장 중인 과거 TV 영상프로그램을 기증받고 디지털로 복원해 유튜브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KBS Archive: 옛날티비'에는 80년도 '자니윤쇼'과 '티비문학관'부터 '상상플러스'까지 장르와 시대를 초월하는 영상들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유머 1번지', '쟁반노래방'과 같은 코미디·예능 프로그램을 다시 볼 수 있는 KBS 코미디 채널 ‘크큭티비’ ‘깔깔 TV’와 '이소라의 프로포즈' 같은 음악 프로그램 전문 채널을 소개하는 'Again 가요톱10'에도 점점 더 많은 구독자가 모이고 있다.

옛드: MBC Classic 옛날 드라마

불멸의 하이킥

불멸의 하이킥

옛날 가요와 음악에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면, 레전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영상을 제공하는 ‘MBC 클래식’을 클릭하자. 2006년 5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대한민국의 토요일을 책임졌던 MBC 간판 예능 '무한도전'의 초창기 시절 하이라이트 영상과 한국 일일극 사상 최고의 시청률 57.3%를 기록한 '보고 또 보고'의 명장면 클립이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야동순재와 호박고구마, 주얼리 정 등 주옥같은 캐릭터를 남긴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도 빠질 수 없다.'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 등의 영상을 제공 중인데, 인기 에피소드의 경우 조회수가 200만 회를 웃돈다. 추억을 성지순례하기 위해 모여든 구독자 수만 현재 179만 명에 육박할 정도다. 시트콤보다 더 웃긴 건 시청자들의 댓글이다. 영상의 댓글창에는 온갖 기발한 댓글이 난무하는데, 저세상 드립을 하나의 콘텐츠처럼 즐기며 채널을 찾는 유저도 많다. 과거에 프로그램을 즐겨 보던 기성세대와 10~20대 젊은 유저가 놀이하듯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탄생한 ‘드립’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찾아볼 만한’ 콘텐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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