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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넨의 계절

여름의 패브릭 리넨의 매력

2019. 06. 17

Writer 박세진 : 패션과 옷에 대해 쓰는 칼럼니스트. <패션 vs 패션>의 저자.

리넨 텍스쳐

여름에 많이 쓰는 옷 소재로 최근 특히 다시 주목할 만한 원단으로 리넨이 있다. 삼에서 나온 비슷한 섬유들이 많은데 아주 간단히 정리하자면 아마의 섬유로 만든 게 리넨, 대마의 섬유로 만든 게 삼베(헴프), 모시풀 껍질의 섬유로 만든 게 모시다. 모시는 저마라고도 한다.

리바이스 리넨 셔츠와 팬츠 사진 : www.levi.com

보통 옷으로 많이 쓰는 건 만들어지는 실이 가늘어 부드러운 리넨이다. 모시 같은 비싼 고급 섬유는 옷으로 쓰기도 하지만 도 있지만 리넨 외에는 섬유가 두꺼워 옷으로 쓰기엔 거친 편이라 로프, 포대 같은 걸 만들 때 많이 사용한다. 그래도 리바이스에서는 최근 헴프 혼방으로 만든 데님을 내놓기도 했다. 이건 면의 환경 오염 문제 때문에 늘어나고 있는 대안 탐색의 단면이기도 하다.

리넨을 서양의 마라고도 하는 데 주산지가 북유럽 쪽이었기도 해서 아주 오래전부터 유럽에서 대중적으로 사용하던 소재였다. 면은 약간 더 늦게 들어왔다. 그렇게 사용되던 리넨이 17세기에 인기를 끌게 되는 데 그 이유가 위생 관념이 보급된 덕분이라고 한다. 클래식 맨즈웨어의 역사를 다룬 브루스 보이어의 <트루 스타일>을 보면 17세기 들어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현대적인 위생 관념을 가지게 되어서 자주는 아니지만 옷을 갈아입고 이따끔 세탁도 하게 되었는데 여기에 리넨 셔츠의 확산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빈티지리넨 사진 : misterfreedom.com, SASAKI-JIRUSHI 인스타그램 @vintagecustoman

아무튼 셔츠뿐만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데 20세기 초반부터 이태리나 미국 중남부, 남미 등 온화한 지역에서 수트의 소재로 사랑받았다. 튼튼한 직물이기 때문에 빈티지로 흘러나온 프랑스 워크웨어 같은 걸 보면 코튼 35%, 리넨 65% 정도의 혼방으로 만든 옷을 종종 볼 수 있다. 이걸 메티스(metis)라고도 하는데 영어로는 믹스(mix)라는 뜻이다. 메티스는 퓨어 리넨보다 가볍고 면보다 튼튼해서 많이 사용되었다. 요즘에는 빈티지 워크웨어를 복각하는 브랜드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리넨실

사실 삼에서 만든 섬유들은 인류가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던 섬유로 몇 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길다. 그럼에도 다시 주목받는 이유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면이 만들어 내는 환경 문제가 커지고 있다. 면은 재배 과정과 섬유, 옷 제작 과정에서 많은 물을 사용한다. 이에 비해 리넨은 재배 과정에서 물과 농약을 면에 비해 훨씬 덜 사용한다. 리넨 옷을 더 많이 입는 건 지나친 면 집중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또 지구 온난화로 여름이 점점 극적으로 더워지고 있는 것도 영향이 있다. 사실 리넨은 면직물보다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비싼 섬유라는 인상이 있다. 최근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서도 여름 시즌에 맞춰 리넨 라인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이전보다는 구하기 쉬운 옷이 되었다. 그렇지만 금방 버려질 가능성도 커졌다. 그리고 사람들이 편안함을 중시하게 된 것도 있다. 쉽게 구김이 가서 관리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런 구김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실 그 구김이 리넨 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리넨 사진 : goodonyou.eco

리넨 역시 입다 보면 색이 변하고 흔적이 남는다. 이런 걸 파티나, 경년변화라고도 한다. 물론 모든 옷은 낡는다. 하지만 면과 리넨 등 자연에서 나온 섬유들은 합성소재와는 다른 자연스러움이 있다. 그리고 내구성이 우수하고 구조적으로 변화도 적어서 오래 입을 수 있다. 결국 튼튼하고 좋은 옷을 오랫동안 잘 입는 게 답이다.

모호 리넨셔츠와 팬츠

+ MOHO 포켓 셔츠 BLACK
+ MOHO 와이드 팬츠 BEIGE

이런 식으로 사용자가 오랫동안 사용하며 생활의 모습을 옷 위에 흔적으로 남기는 개인화는 옷과 함께 살아가며 패션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각자의 개성은 새 옷의 반짝거림이 아니라 몸에 익은 옷의 편안함에서 나오는 법이다. 리넨은 이렇듯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기에 아주 좋은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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