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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 러닝의 시작

걷고 싶을 땐 걷고, 쉬고 싶을 땐 쉬면 된다

2019. 05. 20

Writer 이재위 : 야외 놀이가 취미인 디지털 에디터

기록과 경쟁이 없는 달리기

누가 가르쳐 준 적은 없지만, 달리기는 자신 있었다. 운동회 날 결승선으로 내달릴 때, 쉬는 시간 매점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올 때, 말썽 부리다 동네 어른들에게 쫓길 때 난 항상 다른 아이들보다 앞서 있었다. 달리기는 내가 친구들을 이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식이었다. 스무 살엔 마라톤 대회 풀코스에 출전했다. 연습은 거의 하지 않았다. 남들에게 지기 싫어서 달렸다. 완주 메달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숨이 가쁘고, 무릎이 아팠지만 멈추면 안 될 것 같았다. 걷는 마라토너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고통을 잊기 위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는 달리기를 머릿속에서 잊고 지냈다. 달리기는 힘들기만 했다.

약 3년 전, 수 명의 트레일 러너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도로가 아닌 숲길을 달리는 사람들이었다. 하루 만에 짧게는 20킬로미터, 길게는 100킬로미터를 달린다고 했다. 수백 킬로미터를 달리면서 중간중간 야영을 하는 산악 스테이지 레이스도 있었다. 누적 고도는 수천 미터에 달했다. 그들은 완주를 자랑스러워했지만, 기록과 경쟁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르막길이 나오면 걷고, 내리막길이 나오면 신나게 달리고, 멋진 풍경을 맞이하면 잠시 앉아서 공기를 음미했다. 걷거나 쉬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다시 달리고 싶어졌다. 기록과 경쟁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달리기를 해보고 싶었다.

생애 첫 트레일 러닝 대회

트레일런닝

나는 얼마 뒤 경남 하동에서 열리는 UTMJ(Ultra-Trail Mt. JIRI) 트레일 러닝 대회 50K 코스에 참가하기로 결심했다. 지리산 국립공원 일대에서 열린 이 대회의 50K 코스의 실제 거리는 56킬로미터, 누적 고도는 자그마치 3570미터였다. 앞으로 두 달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첫 훈련지는 선자령이었다. 알트라 코리아의 트레일 러너 고민철이 함께 달려주었다. 우리는 숲과 계곡이 이어지는 선자령 서쪽 능선으로 올라, 동쪽에 펼쳐진 너른 초지를 따라 내려왔다. 가끔 숨이 차 올랐다. 잠시 계곡물을 마시며 쉬었다. 숲이 머금은 안개가 피부를 적셨다. 흙과 풀이 가진 탄성이 무릎에 전해져 오는 듯했다. 평소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한강을 따라 달렸다. 첫날은 5킬로미터를 달렸고 한 달쯤 지났을 땐 1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었다. 아침 공기와 함께 땀을 흘리면 머릿속이 맑아졌다. 마치 물속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마침내 훈련 막바지에는 무려 26킬로미터를 달려 남산을 세 번이나 오르내릴 수 있었다.

15시간 15분. 내가 첫 트레일 러닝 대회에 참가해 받아 든 성적표다. 즐겁게 뛰고, 걷고, 먹었다. 음악 대신 나의 호흡에 집중했다. 이후로 동두천에서 열린 코리아 50K, 구례에서 열린 지리산 스카이 러닝 25K에 참가하면서 조금씩 트레일 러너로 성장하고 있다. 달리기를 하면 여전히 숨이 가쁘고, 무릎이 아프다. 그러나 이제 걷고 싶을 땐 걷고, 쉬고 싶은 땐 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다시 앞으로 달려 나갈 용기와 힘도 길렀다. 무엇보다 달리기가 즐겁다. 나에게 달리기는 더 이상 기록도 경쟁도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한 달리기를 하고 있다.

트레일 러닝에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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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의 ‘Agravic GTX’ 트레일 러닝 슈즈, 하이만(HEIMAN)의 러닝 싱글렛, 파고웍스(PAAGOWORKS)의 ‘Rush 7’ 트레일 러닝 백팩, 블랙다이아몬드(BLACK DIAMOND)의 ‘Z’ 폴 등을 사용했다. 모든 장비와 의류가 만족스러웠다. 그중에서도 파고웍스의 트레일 러닝 백팩은 조끼처럼 상체에 밀착되는 구조로 하중이 느껴지지 않았다. 조그만 주머니들이 여기저기 마련돼 있어서 달리면서 물과 에너지 젤을 꺼내 먹기도 편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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