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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LEGNO

장인의 철학이 깃든 주방 용품

2019. 04. 01
아르떼레뇨

아르떼레뇨가 특별한 이유

글로벌 유통망을 지닌 거대 브랜드들의 영향으로 전 세계에 걸쳐 일상의 풍경이 엇비슷해져 가는 느낌이다. 가끔은 바다 건너의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우리 집에 있는 것과 똑같은 이케아 가구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어디선가 스웨덴어로 리메이크된 ‘We Are The World’의 후렴구가 들려오는 듯한 환청에 시달린다. 그리고 독특하고 고유한 개성이 담긴 물건을 소유하는 뿌듯함이 얼마나 드물어졌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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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내 것

이탈리아에서 1977년에 설립된 아르떼레뇨는 그 드문 즐거움에 높은 가치를 두는 흔치 않은 브랜드다. 2대에 걸쳐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장인들은 올리브 나무를 일일이 손으로 깎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주방 용품을 만든다. 수작업으로 탄생한 도마나 쟁반은 크기나 모양이 조금씩 미묘하게 다르다. 원목의 단면에 드러난 패턴은 사람의 지문처럼 제 각각으로 어지럽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완성한 담백하면서도 정교한 디자인인 셈이다. 물론 바다 건너에도 아르떼레뇨의 팬은 적지 않다. 하지만 내 부엌에 있는 것과 똑같은 제품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올리브 나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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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레뇨는 이탈리아 산 올리브 나무 중에서도 100년 이상 된 최상급 목재만을 골라 사용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한 고집이다. 약 8000년 전부터 인류와 함께 해온 올리브나무는 척박한 기후와 환경에서도 뿌리를 내릴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또한 오랜 시간에 걸쳐 단단하고 밀도 높은 조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내구성이 탁월하다. 뒤틀리거나 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아르떼레뇨 제품들의 견고함은 이러한 원재료의 특성에 큰 빚을 지고 있다. 관리만 잘 하면 반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하고, 특히 도마의 경우에는 칼자국이 잘 나지 않을 뿐 아니라 건조가 빨라 위생적이기도 하다.

더불어서, 올리브 나무에 포함된 올러유러핀 성분은 항노화 및 항바이러스 작용에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미생물의 공격이나 세균의 번식 및 침투에 강해 주방 도구 제작에는 더없이 적합한 재료다. 어떠한 화학 처리도 거치지 않은 천연의 올리브 나무 식기는 부엌을 좀 더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장인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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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자부터 집게, 스푼까지, 아르떼레뇨는 원목의 특징을 십분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을 제작한다. 하지만 역시 브랜드의 특징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건 투박한 듯 섬세하게 세공된 도마들일 것이다. 아르떼레뇨의 장인들은 나름의 기준을 고집하기보다는 주어진 재료의 특성에 유연하게 귀를 기울이는 방식을 택한다. 즉, 각각의 올리브 나무에서 얻을 수 있는 최적의 형태와 패턴을 고민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아르떼레뇨의 제품은 저마다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솜씨를 과시하는 대신 자연이 준 선물을 가장 돋보이게 할 방식을 겸손하게 연구하려 하는 장인들의 태도는, 작업에 깃든 철학의 깊이를 짐작하게 한다. 이렇듯 신중한 공정을 거쳐 완성되는 도마들은 조리 도구나 테이블 웨어로도 실용적이지만 독립된 오브제로서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담담하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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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떼레뇨 입문자를 위한 주의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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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제품에는 특별한 관리법이 필요하다. 대단히 까다롭거나 어려운 지침은 아니니 겁먹을 것까지는 없다. 일단 물속에 오래 담가 두는 건 피해야 한다. 세척을 할 때는 주방용 중성세제와 부드러운 천을 사용하고, 미지근한 온도의 흐르는 물에 씻어내면 된다. 보관 장소로는 직사광선이 들지 않는 서늘한 그늘을 추천한다. 자연 그대로의 올리브 원목을 사용한 제품이기 때문에 가끔 모서리나 옆면의 나무껍질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고운 사포로 문지른 뒤 식물성 오일을 발라두면 된다. 칼집이 나거나 표면이 건조해졌을 경우에도 같은 방법으로 관리가 가능하다. 작은 흠집들은 오히려 정겨운 세월의 흔적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몇 가지 내용만 기억하면 아르떼레뇨의 근사한 주방 용품들을 오래도록 곁에 두고 즐길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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