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dy.

VIEW > HOBBY

HOBBY

Motorcycle Ride

일본 라이딩 투어

2019. 01. 28

다른 나라를 달리는 건 매력적인 일이다. 자동차 대신 바이크라면 그 감동은 훨씬 깊어진다. 그래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신동헌 일러스트

Writer 신동헌 : 칼럼니스트이자 방송인. 자동차 전문 블로거 '까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섬나라였다. 3면이 바다이기도 하지만, 위로는 국경이 있는데 지나갈 수가 없다. 우리나라 여권으로는 UN에 가입한 193개 국가 중 무려 172개 나라에 비자 없이 갈 수 있다는데, 그 힘을 체감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와 국경을 접한 나라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남북 화해 무드가 무르익으면서 주변에는 유라시아 횡단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미 속초항을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시베리아와 몽골을 지나 유럽 대륙까지 달려본 이가 내 주변에서만 십수 명이다. 어쩌면 너도나도 자신의 차량을 가지고 북을 향해 달려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괜스레 구글 맵을 이리저리 뒤지면서 육로로 달려갈 수 있는 널따란 유라시아를 살펴보곤 한다.

다른 나라를 달린다

‘다른 나라를 달린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일이다. 해외 공기만 맡아도 좋은데, 다른 나라 사람들과 같은 눈높이로 도로 위를 달린다니, 꽤 의미 있는 경험이자 현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자동차 대신 바이크라면, 그 감동은 훨씬 깊어진다. 대기를 직접 호흡하며 엉덩이로는 노면 상태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길 위를 달리며 바람 냄새와 흙냄새를 직접 맡는다는 건 자동차로는 맛볼 수 없는 호사스러운 경험이다.

부산항

그래서 방향을 남쪽으로 틀었다. ‘언젠가’를 기대하기보다 지금 당장 떠날 수 있는 쪽을 택했다. 좀 늦은 단풍놀이를 떠나기로 한 것이다. 부산항에서 모터사이클을 페리에 실으면 다음 날 아침 일본 시모노세키항에 도착한다. 10여 년 전 일본과 우리나라 간의 모터사이클 임시 반출이 허용된 이후 수많은 라이더들이 오가고 있는데, ‘가깝고도 먼 나라’인 만큼 그 차이도 꽤 커서 문자 그대로 ‘해외여행’임을 실감하게 된다.

일본 도로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차이는 통행 방향이 반대라는 점이다. 운전석 방향이 바뀌는 자동차보다는 모터사이클이 덜 헛갈리는데, 그래도 좌회전, 우회전은 신경 좀 써야 한다. 자칫하면 반대 차선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모터사이클

두 번째는 다른 차량에게서 적개심을 느끼는 경우가 없다는 점이 놀랍다. 우리나라에서 모터사이클을 타다 보면 타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듯이 밀어붙이는 차, 일부러 위협하는 차를 많이 만날 수 있다. 자동차를 탈 때는 그저 클랙슨 몇 번 울리면 그만이지만, 모터사이클 위에서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심장이 벌렁벌렁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운전자는 대체로 유순하고, 다른 차량을 위협하듯이 운전하지 않는다. “못 봤어요”라고 변명해야 하는 상황도 거의 만들지 않는다. 위험 요소에 신경 쓰지 않고 달릴 수 있어 마음이 편하다.

반대로 일본 라이더 중에는 ‘스페인 고속도로 같은 치열함’을 맛보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어디에서건 과속이 일상화되었고, 차 사이로 마구 추월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꽉 막힌 일본 사회와 달리 자유를 맛볼 수 있다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드물게 모터사이클이 고속도로에 올라갈 수 없어요!”라고 분개하면 일본 라이더들은 말한다. “모든 도로가 고속도로 같던데?”

모터사이클

어쨌거나 우리나라 도로와 다른 분위기를 맛보며 달릴 수 있는 점은 운행을 시작하자마자 심장 박동을 조금 빠르게 만든다. 노면은 잘 정돈되어 있고 요철도 적어서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속도로 같은 국도가 아니라 당당하게 요금을 내고 진짜 고속도로에 올라 히로시마로 향했다.

세토나이카이

이번 투어의 목적지인 세토나이카이로 가기 위해서다. 일본을 구성하는 큰 섬 4개 중 혼슈, 시코쿠, 규슈 세 섬으로 둘러싸인 바다를 ‘안쪽 바다(내해)’라고 부르는데, 1000개의 섬과 8개의 해협으로 이뤄진 곳이다. 다양한 지역 문화가 만나고, 다양한 어종이 존재할 뿐 아니라 연중 날씨가 온화해서 레몬이나 귤 같은 감귤류 농사도 활발해 음식 문화가 풍성하다. 여러 섬을 잇는 교통의 요지로 산업도 일찍부터 발달해서 한때는 환경오염이 심각했지만, 지금은 옛 자연환경을 되찾는 노력 끝에 새로운 관광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오노미치

오노미치는 그러한 움직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다. 과거 에도 시대부터 항구로 번성했던 이곳은 수심이 얕아 큰 배가 들어오기 어려워 항구 역할이 퇴색하긴 했지만, 이제 관광지로 변모해 인기를 얻고 있다. 1000개의 크고 작은 섬을 다리로 이어놓아 드라이빙 코스는 물론 자전거 투어링하기에도 훌륭하다.

먹거리와 관광

일본에서도 유명한 편인 오노미치 라멘을 비롯해 다양한 먹거리가 있고, 안도 다다오의 시립 미술관, 후지모리 데루노부가 설계한 신쇼지 신사 등 감각적인 볼거리도 많다. 패션 피플이라면 전 세계 명품 패션 브랜드가 애용하는 일본산 데님의 산지라는 점에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오노미치 데님 프로젝트’는 오노미치에서 생산된 데님 제품을 이 지역 어부, 농민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나눠준 후 1년 동안 입도록 하고, 다시 수거한 후 리폼을 거쳐 상품화하는 재미있는 기획이다. 지역 살리기는 전 세계 어디서나 행하고 있지만, 이처럼 재미있는 스토리가 숨어 있는 곳은 드물다.

U2 호텔

오래된 창고를 개조해 만든 U2 호텔은 그런 오노미치의 분위기를 잘 살펴볼 수 있는 곳인데, 자전거 라이더들이 방 안으로 자전거를 들고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을 뿐 아니라 지역 특산물로 만든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자전거 대여점, 오노미치 데님을 이용해 만든 특산품 등을 만날 수 있는 쇼핑몰을 겸하고 있다. 호텔 스태프들이 입고 있는 데님 유니폼이나 호텔 객실에 비치된 데님 파자마 등도 구입 가능하다.

벨라비스타 호텔

좀 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원한다면 인근에 벨라비스타 호텔도 추천할 만하다. 이곳은 시골 마을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초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객실과 대욕장은 물론 식사 메뉴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엄선한 지역 채소와 해산물로 준비한 일식 아침 식사는 일본에서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터사이클 라이딩이란

모터사이클 라이딩이란 스피드를 즐기는 행위이기도 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다니는 여행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달려서 국경을 넘을 수 없는 나라에서는 모터사이클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기에 적합한 탈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후 3시에 부산에서 페리에 실으면 다음 날 아침 도착하는 일본에 건너가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실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낮아 기온이 높으므로 한겨울에 달릴 수 있는 것도 장점 중의 하나다. 우리의 세계가 북쪽으로 좀 더 넓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남쪽으로 영역을 확장해보면 라이딩의 즐거움은 몇 배 늘어난다.

사진 이명재, 김상현

맨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