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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OS 3

마치 제임스 본드처럼

2019. 01. 07

내가 원하는 ‘한 모금’의 만족도를 아이코스가 충족시킨다는 걸 확인한 후에는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운 아이코스3은 마치 업데이트된 제임스 본드 같다.

신동헌 일러스트

Writer 신동헌 : 칼럼니스트이자 방송인, 자동차 전문 블로거 '까남'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64년 작 <골드핑거>는 007 시리즈의 아버지로 불린다. 007을 세계적인 영화로 만든 작품이기도 하고, 본드카 애스턴 마틴이 처음 등장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피어스 브로스넌은 이 영화를 보고 배우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으며 스티븐 스필버그도 이 작품으로 007 시리즈를 접한 후 감독직을 맡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반세기 이전의 작품이기 때문에 액션이나 스토리 전개가 지금 시점으로 보기에는 좀 미흡한데, 그보다 충격적인 것은 젠더 감수성이다. 숀 코너리가 호텔 야외 수영장에서 본드걸에게 마사지를 받다가 CIA 요원을 만나는 장면에서 “남자들끼리 할 이야기(Man Talk)가 있으니 저리 가 있어” 하면서 엉덩이를 툭 치는 모습이 나온다. 007 시리즈는 여전히 스파이물의 최고봉이기 때문에 세련됐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할아버지의 숨겨둔 과거를 본 듯한 기분이다. 악당의 하수인이었다가 본드를 돕게 되는 여성의 이름은 ‘푸시 갤로어(Pussy Galore)’다. 직역하면 ‘풍성한 고양이’라는 뜻이지만, 속어로는 상당히 저속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당시에도 여성단체의 비난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이 여성 캐릭터는 레즈비언인데, 제임스 본드와 동침한 후에 이성애자가 된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남성 중심적이어서 만약 지금 이런 영화를 개봉한다면 앞으로 007 시리즈는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다행히 현재 본드는 충분한 업데이트를 거쳐서 매너 좋은 남자로 다시 태어났다. 21세기 제임스 본드는 사랑하는 여인을 잊지 못할 뿐 아니라 눈웃음을 흘리거나 성희롱을 일삼지도 않는다. 처음 봤을 때는 이게 무슨 본드인가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눈 뜨고 봐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이코스 이미지

흡연하면서 가끔 ‘옛날 제임스 본드’를 떠올린다. 담배를 피운다는 건 한때 아주 멋진 행위였다. 미간을 찌푸리며 연기를 빨아들인 다음 하늘을 한 번 바라보고는 입술로 O자를 만들어 천천히 뿜어내는 행위. 어른의 상징이자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싸나이’의 취미였다. 빨간 담뱃갑에 멋진 폰트로 쓰인 글씨조차 멋스러워 보였다. 석유 냄새 물씬 나는 지포 라이터도 좋았고, ‘뽕’ 소리 나는 에스.티. 듀퐁 라이터도 좋았다. ‘치직’ 소리를 내며 가느다란 한 개피가 타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좋았고, 재떨이 위에 재를 툭 털어낼 때의 손맛도 좋았다. 돌이켜보면 그건 가장 오랜 취미였다. 친구와 담배를 피우며 나눈 이야기, 연기가 싫다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내 옆을 떠나지 않았던 여자친구, 에릭 클랩턴 흉내를 낸답시고 피우던 담배로 탄 자국을 만들어냈던 기타. 그 모든 것들이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그런데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전혀 멋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냄새가 찌든 남자가 첫인상이 좋을 리 없고, 악수를 나눈 손에 상대방의 담배 냄새가 배면 그렇게 불쾌할 수가 없다. 담배를 피우면서 침은 또 왜 그렇게 뱉어대는지. 더러워서 보고 있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아이코스 이미지

연초를 피우지 않기로 한 것은 아이코스를 접한 후였다. 남성우월주의자가 아니어도 제임스 본드일 수 있는 것처럼, 고기를 먹으면서도 동물을 사랑할 수 있는 것처럼, 담배를 피우면서도 지저분하고 불쾌한 존재가 되지 않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니코틴이나 타르의 양처럼 건강과 관련한 건 크게 상관이 없었고, 담배를 끊고자 하는 생각도 없었다. 내가 원하는 ‘담배 한 모금’의 만족도를 아이코스가 충족시킨다는 걸 확인한 후에는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종이로 감싼 필터 덕분에 액상을 넣는 전자담배처럼 빨대 물고 담배 흉내 내는 것 같지 않고, 입에 물었을 때의 만족감을 체감할 수 있다. 폐로 흡입하는 연기 양도 비슷하고, 내뿜을 때의 느낌도 거의 비슷하다. 대신 냄새가 적고,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불로 뭔가를 태우는 게 아니어서 밀폐된 공간에서 피울 때 찌든 내가 나지 않는 것도 좋았다.

아이코스 이미지

아이코스3는 마치 업데이트된 제임스 본드 같다. 단점을 개선했지만, 여전히 아이코스다. 히트스틱이 똑같고, 피우는 행위 자체가 변한 건 아니니 극적인 차이는 없지만 작은 차이 덕분에 완성도가 높아졌다.

아이코스 이미지

우선 케이스 디자인이 훌륭하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우리가 어딜 가든 따라다니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아이코스가 ‘담배’처럼 생기지는 않았더라도 ‘전자제품’ 내지는 ‘플라스틱 덩어리’ 같았기 때문에 한껏 멋을 부린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가령 턱시도 차림에 아이코스를 들면 뭔가 어색한 것처럼. 그런 상황을 의식해서 럭셔리 브랜드의 라이터가 제작된 것처럼 아이코스3도 디자인이 잘 완성됐다

아이코스 이미지

이제 턱시도는 물론이고 여자친구 핸드백 위에 두어도 잘 어울린다. 기분 좋은 낯섦 때문에 오히려 어색하지 않다. 손가락으로 눌러 옆 부분을 여는 것도 상당히 마음에 든다. 버튼을 눌러 뚜껑을 여는 기존 방식보다 훨씬 우아하다. 유격이 없어서 뭔가 견고한 느낌이다. 홀더는 자석으로 케이스에 고정되는데 그 감각도 상당히 좋다. 떨어뜨리거나 분실할 걱정도 줄었다.

아이코스3 멀티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이코스3 멀티는 케이스와 홀더의 구분을 없앴는데, 얇고 가벼워서 휴대성이 매우 훌륭하다. 셔츠 주머니에 넣어도 이물감이 없고 옷이 처지지 않는다. 배터리 용량이 적어 10번 정도밖에 이용할 수 없지만, 요즘처럼 충전 환경이 좋은 상황에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아이코스3 멀티

둘 중 어떤 걸 구입할지 고민이라면, 둘 다 구입하는 게 정답이다.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코스3 멀티는 담배를 피우기 위한 동작이 일반 모델보다 덜 번거로워 운전이나 업무 등 다른 일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 훨씬 편하다. 본드카에도 기관총이 달려 있지만 옆구리에 자그마한 월터 PPK를 빼놓을 수 없는 것과도 같다. 업데이트하고 사랑받자. 멋있다고 여겼던 담배 냄새는 이제 타바코 계열 향수로 더해주는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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