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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TRA GLOVE

장갑, 신경 좀 써!

2018. 12. 10

올겨울, 장갑을 새로 사자.
기왕이면 어른스러운 헤스트라 장갑으로.

헤스트라 장갑

장갑에 무심한 남자, 변하다.

나는 장갑이라는 물건에 무심했다. 어딘가에 벗어놓고 잃어버리는 게 일상이었기 때문일까? 추운 날씨를 대비해 새 외투는 종종 장만했지만, 장갑을 공들여 구입한 적은 없었다. 그래도 긴긴 겨우내 맨손으로 다니지는 않았다. 손이 시리면 길거리에서 파는 검은색 ‘요술장갑’을 사서 꼈다. 하지만 요술장갑은 마술처럼 금세 망가졌다. 내 손이 허옇게 자주 트던 이유도 구멍이 숭숭 뚫린 장갑을 끼고 찬 바람을 그대로 맞았기 때문일 거다. 그 상태로 처음 만나는 사람과 악수라도 할라치면 어찌나 부끄러웠던지.

‘이제 신경 좀 쓰자’라는 생각이 든 건 헤스트라(HESTRA)의 가죽 장갑을 보고 나서다. 점잖게 생긴 자태가 이제 나이 마흔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 어른이라면 이 정도는 껴줘야지.’

내 몸을 장갑 속에 넣고 싶어.

헤스트라 장갑

헤스트라는 스웨덴 브랜드다. 1936년부터 지금까지 장갑만 만들었다. 멧돼지와 순록, 사슴 가죽이 주재료인데, 이 가죽을 이용해서 장갑을 커팅할 수 있는 기술자는 전 세계에 50명 정도고 장갑 커팅 기계는 고작 100대쯤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내가 끼고 있는 이 장갑은 장인들의 작품이나 다름없다. 촘촘한 바느질 상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손가락 끝부분의 마무리가 기가 막히게 정교하다. 장갑의 세부를 자꾸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을 정도다. 또한 가죽 손질에 꽤 공을 들인 태가 난다. 겉면이 상당히 부드럽다는 점도 이를 증명한다.

헤스트라 장갑 안감
헤스트라 장갑 안감

장갑 내부에는 ‘프리마로프트(Primaloft)’ 보온재를 넣었다. 프리마로프트는 보통 ‘특수한 솜’으로 통용되는데, 일반 솜에 비해 보온력, 복원력 등이 좋아 다운의 대체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예전에는 군용 보온재로 많이 쓰였고, 최근에는 여러 아웃도어 의류의 새로운 기능성 소재로 소개되고 있다. 덕분에 장갑이 ‘짱짱’한 느낌이 든다. 빈틈없이 손을 감싼다. 손에 든든한 보호막을 두른 것 같다. 바람? 추위? 잘 느껴지지 않는다. 내 몸이 장갑 속에 있다면 바깥 날씨가 어떤지 잘 모를 것 같다.

슬며시 탁자 위에, 장갑을 툭.

단지 기능만 뛰어나다면, 내가 헤스트라 장갑을 살 생각을 했을까? 솔직히 그건 아니다. 내가 이 장갑을 손에 쥔 건 결국 모양 때문이다. 가죽 손질과 바느질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주름, 니트 소재로 마감한 커프스가 무척 고급스럽다.

헤스트라 장갑

이 장갑을 끼고 다니면 스타일에 신경 쓴 비즈니스맨이 된 것 같다. 예를 들어, 미팅 장소에서 악수하며 이 장갑을 슬며시 탁자 위에 내려놓으면 상대방에게 점수를 딸 것 같다. 겉으로 보이는 부들부들한 가죽이 ‘이 장갑은 내가 꽤 아끼는 거라서 오래 썼다’라는 느낌을 풍기는데, 상대방은 나를 ‘어떤 물건이든 귀하게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

헤스트라 장갑

또한 두껍고 투박한 장갑 모양 덕에 힘 좀 있는 남자처럼 보인다. 장갑과 이어진 팔뚝에 무시무시한 근육을 숨겼을 것 같은 상상이 들게끔 말이다. 그래서 MA-1 같은 군용 점퍼나 두툼한 다운 외투에 잘 어울린다.

그뿐 아니라 코트나 슈트와도 생각보다 궁합이 잘 맞는다. 이런 차림이 필요한 격식 있는 자리에서도 은근한 매력을 뽐낼 거다. 품격 있는 어른이라면 관리하고 신경 좀 써야 한다. 섬세함이 떨어지면 안 된다! 아, 도대체 그동안 요술장갑은 어떻게 끼고 다녔지?

Review by 윤성중 : <러너스월드> 에디터, 헤스트라 장갑을 끼고 어른으로 거듭났다.

HOWDY SAYS

  • howdy

    - 바느질, 잘 길들인 가죽에서 느껴지는 품격.
    - 프리마로프트가 내장된 따듯함.
    - 캐주얼, 정장 등 어디에도 부족함이 없는 고급스러움.

  • dowdy

    - 장갑을 끼고 스마트폰은 조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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