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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Kaweco Classic Series

펜이 답이다

2018. 03. 05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펜을 바꾼다. 좋은 펜으로 작업하면 없던 의욕도 생기고 글이 술술 풀리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펜이 답이다 저널 내지이미지

바보야 문제는 펜이야

카웨코 스포츠 클래식 만년필 카웨코 스포츠 클래식 블랙 만년필

‘마감’에 시달리는 건 글쟁이의 숙명 같다. ‘이번엔 다를 거다’ 매번 생각하며 원고 청탁에 응한다. 나는 펜으로 작업한다.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펜을 바꾼다. 좋은 펜으로 작업하면 없던 의욕도 생기고 잘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가? 펜이 문제다.

오래 쓰면 손이 피곤한 펜들이 있다. 글씨가 엉망이 되는 건 기본이고, 잉크 찌꺼기가 잔뜩 묻어나는 경우도 생긴다. 당연히 흐름이 끊긴다. 실타래가 엉킨 거다. 글은 술술 써질 때 재미있다. 턱턱 막히는 글을 억지로 잡고 있으면 무척 곤혹스럽다. 돌파구가 필요하다. 카웨코 스포츠 클래식 시리즈를 꺼내 손에 쥐었다.

펜 끝에 빛이 있었다

카웨코 스포츠 클래식 볼펜 카웨코 스포츠 클래식 블랙 볼펜

카웨코 스포츠 클래식 시리즈는 짧고 두꺼운 팔각형 몸통이 눈에 띈다. 금색 도금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비슷한 가격의 필기구 가운데 가장 고급스럽지 않을까? 쥐었을 땐 묵직한데 가볍다. 이름에 ‘스포츠’가 붙은 이유를 알겠다. 카웨코 시리즈는 빠르다. 뭔가 쓰고 싶게 만든다.

나는 편집자 시인이다. 자주 편집자고 가끔 시인이다. 하루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낸다. 다른 사람의 원고를 읽다 보면 내 글을 쓰고 싶어진다. 그렇게 보고서 한편에 카웨코로 끄적거렸다. 한 편의 시를 썼다. 제목은 ‘안감과 겉감’. 그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터널을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저 끝에 빛이 있었다.”

‘독일스러운’ 멋

카웨코 스포츠 클래식 펜슬 카웨코 스포츠 클래식 블랙 클러치펜슬

‘카웨코’는 1883년,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그리고 스포츠 모델은 1912년에 출시됐다. 무려 100년이 넘었다. 카웨코 스포츠 클래식은 단종된 스포츠 모델을 복각한 거다. 이름에 ‘클래식’이 붙을 만하다. 독일의 소설가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을 발표한 해는 1919년이다. 헤세가 카웨코 스포츠로 소설을 썼는지 확인할 순 없다. 다만 카웨코에는 실용이라는 이름의 독일 문화가 녹아 있다.

카웨코 스포츠 클래식 펜슬

카웨코 스포츠 클래식은 메모에 특화된 필기구다. 특히, ‘클러치 펜슬’은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틈날 때마다 쓸 수 있다. 짧아서 휴대가 편하다. 단, 3.2mm 심은 금방 뭉툭해진다. 샤프펜슬보다 연필에 가깝다. 심이 단단해서 잘 부러지지 않는다. 드로잉용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뚜껑을 돌려서 여는 ‘만년필’은 잉크가 튀지 않는다. 뚜껑을 몸통에 연결하면 길어진다. 필기할 때 매우 부드럽다. 종이를 가리지 않는다. 일반 A4 용지에도 잘 나온다. 다만 짧기 때문에 잉크 통이 조금 작아서 아쉽다.
‘볼펜’에는 ‘D1 볼펜 심’이 들어간다. 국제 규격이다. 펜 찌꺼기도 거의 없다. 짧고 뭉툭한 게 불만이라고? 써보면 안다. 손 큰 사람도 문제없다.

쓰고 읽다

펜이 답이다 저널 내지이미지
필기감을 보여주는 사진

고가의 필기구는 소장용이다. 그에 걸맞게 보석이 박혀 있기도 하다. 쓰고 읽는 게 업인 사람에게 펜은 장비다. ‘카웨코 스포츠 클래식’은 현장용이다. 경주용 자동차의 진가는 달릴 때 드러난다. ‘카웨코 스포츠’의 진가도 거침없이 글을 쓸 때 알 수 있다. 오래 필기해도 손이 편안하고 리필이 쉽기 때문에 부담 없이 마음껏 쓸 수 있다. 고가 필기구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오히려 낫다.

진짜 ‘글’은 손에서 나온다. 손으로 쓸 때 글은 신중해진다. 신중한 사람을 신뢰하듯 글도 마찬가지다. 늦었다고 생각 말자. 펜 하나만 바꿔도 달라지는 게 있다. 당신 앞에 종이와 ‘카웨코 스포츠 클래식’이 있다.

Review by 최지인: 시인, <다산북스> 편집자, 쓰고 읽는 게 업인 사람

HOWDY SAYS

  • howdy

    - 잘 써진다
    - 오래 써도 편하다
    - 휴대하기 좋다
    - 독일스러운 멋
    - 뭔가 쓰고 싶게 만드는 필기구

  • dowdy

    - ‘나도 한번 써보자’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피곤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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