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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Y

Helinox Chair One

2017. 07. 24

의자 하나가 캠핑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주인공은 헬리녹스 체어원이다.

헬리녹스 마당 셋팅 촬영 컷
헬리녹스 의자에 사람이 앉아서 책을 읽고있다
 체어원의 다리 구조
가까워지는 건 쉬워도 떨어지는 건 어렵다

서너 해 전만 해도 많은 사람이 헬리녹스를 일본 브랜드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고아웃> <비팔> <뽀빠이> 등 일본 잡지가 먼저 헬리녹스를 소개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에는 경량 백패킹 열풍이 불었고 헬리녹스의 체어원은 스타일과 실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인에게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한 손에 잡힐 정도로 작게 접히고 여자 혼자서 5개도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웠다. 덩치가 큰 친구가 앉은 채로 춤을 춰도 부러지거나 늘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해먹에 누운 것처럼 편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량 의자는 다리 3개를 교차시킨 낚시 의자뿐이었다. 하지만 낚시 의자는 캠핑 테이블에 비해 높이가 너무 낮았고 등판이 없어서 앉아 있으면 금세 허리가 아팠다. 수납 크기와 무게 또한 체어원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래서 체어원을 처음 만났을 때, 신세계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수납 가방을 열자 의자의 틀을 이루는 폴들이 쏟아져 내렸다. 어떻게 끼워 맞춰야 할지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곧이어 폴 속에 내장된 코드가 서로의 관절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내 손은 거들 뿐이었다. 체어원이 내 손목을 잡아끌면서 “자,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완성한 의자에 앉으면, 주변 캠프 사이트에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다고 해도 일어나기 싫었다. 체어원과 떨어지려면 굳은 결심이 필요했다. 어떤 친구는 ‘앉은뱅이’ 의자라고 불렀다. 체어원의 팬이 되는 데 30분이면 충분했다.

거실에 놓여있는 체어원
체어원을 항상 챙긴다, 어디를 가든 상관없다

체어원은 이제 더 이상 캠핑 장비가 아니다.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물건이다. 체어원이 라인 프렌즈, 펜들턴, 네이버후드, 스누피 등 세계적 아이콘과 협업한 디자인은 캠핑장이 아니라 디자인 스튜디오 어딘가에 두어도 좋을 만큼 아름답기 때문이다. 일본의 빔스, 니코앤드, 도큐핸즈 등 유명 편집숍 중에서 헬리녹스를 구비하지 않은 곳이 없다. 나 또한 체어원을 캠핑할 때만 사용하지 않는다. 한강으로 나들이 갈 때도, 마당에서 책을 읽을 때도 체어원에 앉는다.

체어원을 분리하여 접고있다
체어원의 다리를 해체한 모습

해외여행을 떠날 때도 체어원을 꼭 챙긴다. 운전하다 전망 좋은 곳이 있으면 차를 세우고 체어원을 꺼낸다. 햇볕이 따뜻한 오키나와 해변에서 체어원에 앉아 커피를 마신 경험은 잊을 수가 없다. 당연히 여자들도 체어원을 좋아한다. 나의 캠핑 장비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던 여자친구도 체어원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체어원을 집 안에 들여놓고 가구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쉽게 설치하고, 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쁘니까!

체어원이 마당에 놓여있다
완전히 새로운 의자

모든 백패커들이 헬리녹스 체어원을 사용해본 적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최소한의 장비만으로 숲살이를 즐기는 경량 백패커는 의자와 테이블이 굳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야영지 주변에서 주워온 평평한 돌로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경량 백패킹을 좋아해 의자와 테이블을 잘 챙기지 않았지만 체어원만은 예외다. 체어원은 무게가 1kg도 되지 않는다. 그 무게에 짊어질 만한 가치가 녹아 있다. 해먹처럼 아늑한 의자에 체중을 완전히 싣고 책을 읽으면 숲의 행운이 온몸에 깃드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백패커만 체어원을 사용하지 않는다. 단출한 캠핑을 즐기는 오토캠퍼들도 체어원을 선호한다. 나는 종종 여자친구와 강아지를 데리고 가까운 오토캠핑장을 찾는다. 그러나 크고 무거운 오토캠핑 장비는 지양한다. 캠프 사이트를 빠르고 쉽게 설치할수록 여가를 즐길 시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체어원은 미니멀 오토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도 최고의 의자다.

체어원은 백패킹 장비가 갖춰야 할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를 충족시키면서, 오토캠핑 장비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편안하다. 의자 하나가 캠핑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것이다.

Review by 이재위: 디지털 에디터, 6년 동안 아웃도어 전문 기자로 일했다. 서핑, 트레일 러닝, 라이트 하이킹을 즐긴다.

HOWDY SAYS

  • howdy

    체어원은 진화하고 있다. 모래, 진흙, 자갈 등 다양한 환경에서 의자가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도록 개발한 그라운드 시트와 볼핏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는 감동해서 떨어뜨릴 뻔했다.

  • dowdy

    헬리녹스는 대회 때마다 자신이 세운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는 우사인 볼트 같다. 어린이용부터 회전의자까지, 지금의 체어원은 2세대, 3세대를 넘어 9 가지 제품군이 있다. 그중 오리지널 체어원이 최고라고는 말 못하겠다. 헬리녹스가 만든 또 다른 의자에 앉아보면 체어원에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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